돌림자를 같이 했던 어느 교회

1890년 후반 강화도 북단 홍의 마을에 복음이 전해졌습니다.  그 마을 훈장이었던 박능일이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고 서당을 예배당으로 삼아 교회를 시작하였고 마을 사람들은 훈장님 말씀따라 예수를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처음 믿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면서 이름을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집안은 다르지만 한날 한시에 세례를 받아 한 형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마을에서 처음 믿었으니 모든 한‘일'(一)자를 돌림자로 하여 이름을 바꾸자.” (한국교회 처음이야기, 이덕주 저)

성(Last name)은 조상에게 물려 받은 것이니 바꿀 수 없고 마지막 자는 한 일자로 통일하기로 했으니 가운데 자만 정한것입니다.  예를 들어 믿을 신(信), 사랑 애(愛), 능할 능(能), 은혜 은(恩), 은혜 혜(惠), 충성 충(忠), 거룩할 성(聖), 바랄 희(希), 하늘 천(天) 같은 글자들을 적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함께 기도한 후에 한 사람씩 쪽지를 뽑았습니다.  제비뽑기를 한 거죠.  ‘신’자가 뽑히면 ‘신일’, ‘애’자가 뽑히면 ‘애일’ 이런식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족보에도 올렸습니다.

이들은 개명을 통해 세례를 갖는 신생의 신학적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였고,  ‘한날, 한시에, 처음으로, 함께, 하나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한 ‘일’ 돌림자를 씀으로 신앙 공동체 의식을 강하게 표현한 것 입니다.

전통적으로 돌림자는 친족간의 촌수와 항렬을 알려주는 단서이지만 신앙적으로 우리가 하나님의 같은 자녀이기에 영적 질서를 더 따르기로 한것은 한국의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내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치 초대교회에 ‘그리스도인'(행11:26)이라는 칭호가 붙여진 것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서로 이름은 다르지만 ‘그리스도인’이라는 가족입니다.  한마음을 가지고 더 사랑하고 존귀히 여기는 공동체가 되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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